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두 유형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첫째는 세상에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이고, 둘째는 그보다 초연하게 이상을 지향하는 작품들이다. 단순하게 보면 재현과 추상이라는 표현 형태로 범주를 좁힐 수 있겠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재현을 하면서도 눈앞의 현실을 외면할 수 있고, 추상을 하면서도 그 마음은 현실의 부조리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을 수 있기... Continue Reading →
소장품전: 근대를 수놓은 그림 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러 기획전 중에는 틀림없이 근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하나 이상 있다. 지금은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실을 꿈꾸다」 展이 덕수궁관에서, 「근대를 수놓은 그림」 展이 과천관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근대미술을 다룬 전시가 두 개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근대를 수놓은 그림」 展은 근대미술을 교과서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훑는 전시이기에 과천이 아닌 근대미술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고... Continue Reading →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목에 매우 충실한 전시다. 약 300여점의 사진을 통해 동시대 인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다각도로 고찰했다. 지역, 인종, 젠더, 종교를 망라한 작품들은 넓은 공간 속에 자유롭게 펼쳐져 있고, 관람객들은 느슨한 동선을 따라 그 사이를 유영할 수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하나의 키워드에 묶여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 키워드에 연관된 사유만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문명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이 매우... Continue Reading →
김영애의 「갤러리스트」
우리는 위대한 화가들의 뒤에 숨겨진 후원자의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 미켈란젤로를 업어 키운 ‘위대한 자’ 로렌초 데 메디치와 반항아 카라바조를 변함없이 후원했던 델 몬테 추기경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왕이든 귀족이든 교황이든 각각의 후원자들은 화가를 통해 자신의 시각적 이상을 실현하며, 자신의 권력과 부를 정당화해왔다. 한 점의 유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값비싼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미술시장이라는... Continue Reading →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MMCA 연구 프로젝트 국제 심포지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프로젝트로, 작년의 “미술관은 무엇을 연구하는가?”에 이어 올해는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으로 미술관의 정체성에 대한 폭넓은 담론들을 아우르고 있다. 이 연구프로젝트는 국제 심포지엄과 학술서 발간의 형태로 전개되는 것 같은데, 나는 지난 주말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11월 30일(금)과 12월 1일(토)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생업 관계로 금요일은 참석할 수... Continue Reading →
존 버거의 「G」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괴감마저 드는 소설이다. ‘콜라주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앞뒤 문단이 서로 분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로 급속히 선회한다. 두 개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짧은 문단 단위로 계속 병치되기도 한다. 인물들이 망상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문맥상 필요도 없는 그러한 망상을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묘사하는지 의문이다. 혹여 나중에...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