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의 「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2016)」

제목이 예고하듯, 지적인 교양서적이라기보다는 편파적인 '피렌체 찬가'에 가깝다. 지식 수준은 아르노 강 수심에도 훨씬 못 미치고, 내러티브가 조각나 산만한 느낌이다. 르네상스와 피렌체 역사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양서 정도로만 생각하면 무난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들과 탄식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 특히 아쉽고, 신학을 전공한 저자의 가톨릭적 색채가 적나라하게 묻어나는 점 또한 아쉽다.... Continue Reading →

김수호 개인展 – 젖은자 (space 9)

우리는 모체에서 따뜻하고 풍요로운 생명의 물에 푹 잠겨 있다가 불가항력적으로 세상에 나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슬픔은 물로부터의 처절한 분리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 죽어가는 과정은 물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는 거칠어지고, 혈관은 좁아진다. 주검은 모든 구멍을 통해 물과 피를 분출한다. 결국 죽어가는 과정은 메말라가는 과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김수호의 개인전이 문래동 space 9에서 열렸다.... Continue Reading →

제3의 풍경 展 (문래동사진관 빌딩, Art studio + gallery)

오래된 철공소들이 즐비한 문래동에서 소규모 그룹 전시 「제3의 풍경 展(18.3.31.~4.15.)」이 열렸다. 녹슨 철 자재들과 빈티지한 그래피티들이 뒤섞인 을씨년스러운 뒷골목에 'Art Studio + Gallery' 라는 너무나 직관적인 간판을 달고 있는 공간이 보인다. 6.5미터 너비의 이 작은 지하 공간은 이번 전시의 기획자이자 출품 작가이기도한 현소영 작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녀는 지역복원대책의 산물인 문래창작촌과 오래된 철공소들이 이질적으로... Continue Reading →

존 스티어의 「베네치아 미술: 빛과 색채의 향연(출1970, 역2003)」

피렌체와 로마의 미술은 감동을 주는 반면, 베네치아 미술은 사람을 현혹시킨다. 감동과 현혹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머리를 거치는가, 거치지 않는가 정도의 차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각할 수 없는 사이 강한 끌림으로 매료시키는 힘이 베네치아 회화에 있다. 흔히 회화적, 감각적이라고 표현하는 베네치아 미술은 그저 특정 지역의 주된 미술 경향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할... Continue Reading →

반이정의 「한국 동시대 미술 1998 – 2009(2018)」

반이정의 「한국 동시대 미술 1998 - 2009」는 트렌디한 기획의 산물이다. 일단 작고, 가볍고, 예쁘다. 또한 명료한 소제목으로 구성된 짧막한 글단위들은 '만성적 긴 글 알러지'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친절한 배려이다.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기획안을 접했을때, 연도별로 주제를 뽑아내는 구성에 대해 우려를 감출 길 없었다. 한 개 연도가 한 개 주제로 축약될 수... Continue Reading →

리오넬로 벤투리의 「미술비평사(출1964, 역1988)」

이 책을 받고 놀랐던 점은 1988년에 초판을 발간한 후, 이듬해인 1989년에 2판이 나왔으며, 그 2판의 8쇄가 나온 것이 2017년 1월이라는 사실이다. 1쇄를 천 부씩 찍었다면, 2판을 기준으로는 약 28년 동안 8천 부 가량이 팔렸다는 것인데, 아주 긴 기간동안 적은 부수 라도 꾸준히 찍어 왔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이 스테디셀러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Continue Reading →

롤랑 르 몰레의 「조르조 바사리: 메디치가의 연출가(출1995, 역2006)」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E. H. 곰브리치의 말을 가장 명확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문헌이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일 것이다. 바사리 본인은 미술사라는 학문 영역에서 시조격의 위상을 바란적 없지만, 개별 미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미술의 역사를 조망한다는 관점은 그를 통해 최초의 미술사 방법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1550년 초판에서 정점, 쇠퇴, 부활이라는 미술 발전의... Continue Reading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 2017)

※ 스포일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농후함 "Shape"와 "Save"와 "Shave"를 혼동하는 무지몽매한 대중들을 위하여 친절한 부제를 달아 놓은 작품이지만, 정작 세세한 작품 속 장치들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한 번의 감상으로 부족할지도 모른다. 출생의 비밀, 아가미, 인어, 외로움, 수중 자위행위 등 두 존재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층위로 설명하고 있기는 하나, 결국 그들의 사랑은 가슴 보다는... Continue Reading →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

마치 처음부터 35년 터울의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것 마냥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모든 데이터가 사라지게 된 계기, 스스로 재생산할 수 있는 리플리컨트의 중대한 가치, 더욱 암울해진 시대상에 나름의 방식대로 적응해 살아가는 군상의 모습 등 세계관의 모든 자질구레한 설정들이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지라, 느슨한 전개임에도 아주 수월하게 몰입된다. 무엇보다도 모든 비밀들이 결국에는 진정한 주인공인 데커드에게로...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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