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가는 질문하는 학자여야 하지 단죄하는 판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118 고도로 전문화된 학문 영역 중에서도 미술사는 그나마 일반 대중들에게 관심이 높은 영역에 속하고, 소위 ‘대중서’의 형태로 가장 활발하게 출판이 이루어지는 분야이다. 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참신한 시도가 나타났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미술사 입문자를 위한 대화」는 선후배 미술사가가 미술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대하여 나눈 대화를 엮어낸... Continue Reading →
장하석의 「온도계의 철학: 측정 그리고 과학의 진보」
토대가 잘 다져진 믿음의 토대에는 토대가 없는 믿음이 놓여 있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우리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들이 어떻게 진리로 굳어진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 진리가 진리인 이유나 궤적에 대하여 알려고 하지 않고 그래서 의심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경험의 영역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대부분의 진리들은 한때는 분명 철학자였을 과학자들의 헌신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많은 진리의 영역들이... Continue Reading →
테리 바렛의 「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Criticizing Art)」
당신이 미술작품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로버트 로젠블럼 비평한다는 것은 비평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다. 58p 한 동안 탐독했던 주제인 미술비평으로 오랜만에 다시 돌아왔다. 예나 지금이나 비평가에 대한 나의 선망은 여전하고, 모든 사람이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또한 유효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바빴던 관계로 동시대 갤러리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지냈으며, 그에 따라 안... Continue Reading →
헨릭 시엔키에비츠의 「쿠오 바디스」
누가 말했던가. 고전의 조건이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헨릭 시엔키에비츠(Henryk Sienkiewicz)의「쿠오 바디스」는 적어도 내게는 더이상 고전이 아니다. 고색창연한 고대 로마의 기품이 뚝뚝 묻어나는 이 책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건만 13시간짜리 비행에서 이미 1권의 2/3을 읽어 버렸고, 2권을 캐리어에 우겨 넣지 않은 선택을 후회해야 했다. 명성에 비하면 참으로 읽는... Continue Reading →
미셸 푸코의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5~76년」
"역사란 권력의 담론이며, 권력이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의무의 담론입니다." 91 사상계의 거인에게는 추종자들이 많게 마련이고, 그들에 의해서 끊임없는 말꼬리잡기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2015년에 정식으로 번역 소개된 이 책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에 대한 말꼬리잡기의 흔적이다. 앞뒤로 붙어 있는 소소한 말꼬리잡기를 감안해도 이 책은 결국 강의록이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부분부분 누락과 추정이 개입되어 있기는... Continue Reading →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 독서의 완성」
예술 비평도 예술처럼 그것이 없는 삶보다 있는 삶에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가. 그 무언가란 무엇일까? 피터 슈젤달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비평은 편파적이고 열의에 차고 정치적이어야 한다. 즉 배타적이면서도 가장 넓은 시야를 열어주는 시각에서 씌여야 한다. 샤를 보들레르 오늘날의 미술에 관해 쓰여지는 대부분의 글들은 적절히 말해 비평보다는 저널리즘에 속한다. 클레멘트 그린버그 비평에 대한 금언들로... Continue Reading →
발터 벤야민 & 에스터 레슬리의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이 두 장의 고양이 사진이 지금까지 내가 찍은 최고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노력한 부분은 사실상 없다. 토속적인 순간을 담고 싶다는 그릇된 이분법적 시선에 이끌려 강릉 사천항에 당도했을 뿐이고, 나와 같은 시공간 속에 이 아기 고양이가 존재했을 뿐이다. 내 노력은 고작 카메라를 켜고, 무릎을 굽히고, 이 아름다운 생명체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괴이한 가성을 내는 정도에... Continue Reading →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예술과 문화(Art and Culture: Critical Essays)」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비평가 한 사람이 미술의 흐름에 미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마지막 사람이다. 그의 비평은 잠시나마 역사의 축을 옮겼고 공간을 재배치했다. 자신이 믿고 옹호하는 경향에 대하여 치밀하게 근거를 마련한 결과, 역사의 흐름 속에 기어이 자리를 잡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기에 그의 이름을 빼고 20세기 미술론을 기록하는... Continue Reading →
브리짓 퀸의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미술사가 놓친 위대한 여성 예술가 15인」
우리가 읽는 서양미술사는 대체로 남성 후원자와 남성 화가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남성 미술사가가 요약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여성의 이름은 아주 제한적으로 등장한다. 브리짓 퀸(Bridget Quinn)의 '여성 예술가론'은 H. W. 잰슨(Janson)의 기념비적 「서양미술사(History of Art)」에서 단 16명의 여성만 등장한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잰슨에서 언급된 16명 중 2명을 포함한 15명의 여성 예술가들을 다룬다. 이러한 선정은... Continue Reading →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끝내주는 책이다. 너무 황홀한 나머지 표지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과격한 칭찬을 해야 하는 이유는 표지의 디자인 수준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경영 분야의 서적 중에서 이렇게 싸구려 스티커 무늬를 여기저기 찍어 놓은 표지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이런 책을 지하철에서 펼치면 얼굴이 후끈 달아 오르는 것 같다. 실력은 없는데 오로지 성공에만 눈 먼 흙수저가...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