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출2014, 역2017)」

사람은 참으로 잔인한 면이 있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봉착한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 하면서도 내심 즐긴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극한상황에 대한 대리체험 욕구라고 하기에는 좀 더 고약하다. 아마 이 고통을 겪는 것이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주는 희열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재인식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을 다룬 영화나... Continue Reading →

임두빈의 「미술비평이란 무엇인가(1996)」

나는 비평가를 동경한다. 타자가 창조한 미의 세계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함의를 붙잡아 언어로 표상하는 능력에 경탄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예술에 대하여 열렬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섹시한가. 비평사, 비평론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었다. 오래된 책이지만 입문서로서 충실한 면모가 있어 보였다. 사실 초반부에서는 반드시 다 읽고 혹평을 남기겠노라고 다짐했었다.... Continue Reading →

이광래의 「미술과 문학의 파타피지컬리즘: 욕망하는 미술, 유혹하는 문학(2017)」

미술과 철학을 통시적/공시적으로 아우르는 「미술철학사」를 내놓았던 이광래 교수가 쉬지도 않고 1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온 책이다. 전작이 3권, 총 2,656페이지의 어마어마한 양을 과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624페이지의 이 책은 차라리 겸손해 보인다. 하지만 그 물리적 존재감은 전작에 비하여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파타피지컬리즘'이라는 생소한 이름표를 달고 더욱 위압적으로 우리를 내려다 본다. 파타피지컬리즘은 알프레드 자리의 pataphysique에서 따온... Continue Reading →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출1985, 역2002)」

대학교때 까지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주로 집어 들던 소설들은 전쟁, 민주화 운동 등 급박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인물들의 고뇌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식으로 성찰을 하다가 이내 '그래도 지금은 평화로운 시대여서 참 다행이야'라는 막연하고 비겁한 결론으로 귀착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읽기에 비하여 감성적 읽기를... Continue Reading →

실반 바넷의 「미술품 분석과 서술의 기초(2006)」

미술에 대해서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길다 윌리엄스의 「현대미술 글쓰기」를 읽었는데, 그 책의 후미에 있는 '감수의 글'에서 이번 책, 「미술품 분석과 서술의 기초」를 알게 되었다. 「현대미술 글쓰기」의 감수자는 그 동안 실반 바넷의 책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길다 윌리엄스가 적절하게 보완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길다 윌리엄스는 실반 바넷의 책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Continue Reading →

버나뎃 머피의 「반 고흐의 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7년의 여정(2017)」

수많은 '반 고흐 미디어'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그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기는 한 것일까? 오늘날 엽서, 책, 영화, 뮤지컬, 우산, 휴대폰케이스, 올드팝으로 승화된 고흐는 그야말로 낭만의 아이콘, 그 자체이다.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개인에게 헌정된 미술관으로는 유일한 세계 10대 미술관을 보유한 화가(방문객 수 기준), 가장 많은 미디어가 다루고 있는 화가, 가장 비싼 화가 등의 수식어로... Continue Reading →

김보현의 「데리다 입문: 서구 사상체계를 뒤흔든 데리다 사유의 이해(2011)」

인류 사상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한 인물에 대해서 고작 '입문서'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오만한 태도도 없다. 아무리 심혈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번역은 오역을 낳고, 압축은 참 의미를 뭉개기 마련이다. 맥락에서 괴리된 진리는 레이저프린터로 인쇄한 잭슨 폴락과 같다. 그렇기에 그 어떤 고난이 예상되더라도, 쉽게 풀어 쓴 입문서 보다는 가급적 해당 사상가의 원문 전체를 번역한... Continue Reading →

정진국의 「제국과 낭만: 19세기 화가는 무엇을 그렸을까?(2017)」

제국주의, 낭만주의, 그리고 착취를 통한 조국 근대화. 이 개념들은 어쩌면 우리 민족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상체계이다. 오히려 우리의 역사책은 이 개념들을 무기로 들고 다니던 자들에 의하여 짓밟혔던 기록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DNA들을 단 한 번도 혈관 속에 품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백종의 문헌들을 읽어봤자 머리로는 알 수 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Continue Reading →

이광래의 「미술철학사(2016)」

감히 평가하는 글을 쓰기 두려운 책이다. '내가, 감히, 이 대작을 어떻게?' 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노교수의 집념이 아로새겨진 총 세 권의 「미술철학사」세트는 자그마치 2,656쪽, 3.4㎏의 물리적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8년 동안 집필했고, 1년 6개월 동안 편집했으며, 원고지 8,400장이 소요되었고, 각주는 1,400개, 도판 859개, 저작권료 3,000여만원, 언급 작가 수는 200여명에 이른다. 물론 조수(조교)가 있었겠지만,... Continue Reading →

길다 윌리엄스의 「현대미술 글쓰기: 아트라이팅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2016)」

이토록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긴 책은 처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 넘치는 진솔한 조언들로 가득찬 이 글쓰기 안내서는 미술에 대하여 말하거나 글로 남기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미덕으로 가득하다. 예술적 경험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나로 하여금 이 보잘 것 없는 공간을 개설하게 하였고, 없는 살림에 매년 4만원 이상을 결제하게 하였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Continue Reading →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만들기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