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둘러싼 사물로 쓰는 미술사라니, 참으로 야심찬 기획이 아닐 수 없다. 2018년 5월에 첫 선을 보인 「사물들의 미술사」 기획은 앞으로 5권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본 편의 액자 이후로 의자, 조명, 화장실이 순차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물론, 출판사 경영상의 사정으로 중도에 엎어지지 않는다면. 파리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이지은은 302페이지의 앙증맞은 핸드북으로 그간 외면되어 왔던 '액자'에 온전히 집중한다. 액자는 무엇인가?... Continue Reading →
케네스 클라크의 「누드의 미술사: 이상적인 형태에 관한 연구」
우리의 눈은 늘 그 곳에 멈춘다. 늘 그것을 보고 싶어 하고 또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그것에 늘 매혹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차라리 거부한다. 아니, 거부 당한다. '몸'은 이처럼 우리를 강하게 매혹하며, 동시에 매몰차게 배반한다. 늘 우리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바로 그것에 관하여 이토록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미술사 저술은 찾아보기... Continue Reading →
리처드 숀 & 존-폴 스토나드(엮음)의 「미술사를 만든 책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주의하라. 토마스 아퀴나스 미술사라는 '유사과학'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시각과 관념이라는 모호함으로 점철된 미술사를 만들어 온 것은 자명한 진실들이 아니었다. 그것을 향해 가고 싶은 열망에 날카로운 직관과 치열한 논쟁이 더해진 결과였다. 「벌링턴 매거진(Burlington Magazine)」의 리처드 숀(Richard Shone)과 존-폴 스토나드(John-Paul Stonard)가 엮은 「미술사를 만든 책들(The Books that Shaped Art History)」은 미술사에서 가장... Continue Reading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영문판 출간 1951 / 국문 번역 1974 / 개정 1999, 2016 유물론적 관점에서 써내려 간 예술사의 역작이다. 예술사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서 문학과 조형예술을 동시에 들고 나왔으며, 상호 간의 긴밀한 관계도 조명하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문학과 미술의 비중은 4:6정도 된다. 뒤로 갈수록 조형예술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다가 마지막 4권에서는 다시 문학의 비중이 높아진다. 미술사의 동인은 무엇인가?... Continue Reading →
알렉산더 데만트의 「시간의 탄생: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2015/2018)」
712페이지로 시간에 대한 모든 관념과 문화를 아우르는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모두에게 통일된 형태로 지배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권력의 영속성과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경제/산업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맞물린 결과이다. 실상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고대사에 정통한... Continue Reading →
도널드 프레지오시(편저)의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
통상 "꼭 읽어야 할" 같은 어구는 꼭 읽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을 강조해주는 마케팅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정말 꼭 읽어야 한다. 미술사 혹은 미술비평이라는 광활한 관념의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데, 그 여정에서 단 한 장의 지도만이 허락되었다면 이 책을 손에 들어야 한다. 미술사의 서막이 올라간 16세기에서부터 가장 최신의 첨예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해체된 고전에서부터... Continue Reading →
비키 크론 애머로즈의 「예술가의 글쓰기: 시각 예술가를 위한 작문 가이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타인에게 내어 놓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시각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언어의 형태로 변환하라거나 최소한 변론이라도 해보라고 강요하는 일은 거의 폭력에 가깝다. 하지만 때로는 그 폭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삶이며, 삶은 나와 타자의 소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추가 언어이기... Continue Reading →
김혜경의 「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2016)」
제목이 예고하듯, 지적인 교양서적이라기보다는 편파적인 '피렌체 찬가'에 가깝다. 지식 수준은 아르노 강 수심에도 훨씬 못 미치고, 내러티브가 조각나 산만한 느낌이다. 르네상스와 피렌체 역사에 관심있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양서 정도로만 생각하면 무난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들과 탄식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 특히 아쉽고, 신학을 전공한 저자의 가톨릭적 색채가 적나라하게 묻어나는 점 또한 아쉽다.... Continue Reading →
존 스티어의 「베네치아 미술: 빛과 색채의 향연(출1970, 역2003)」
피렌체와 로마의 미술은 감동을 주는 반면, 베네치아 미술은 사람을 현혹시킨다. 감동과 현혹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머리를 거치는가, 거치지 않는가 정도의 차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각할 수 없는 사이 강한 끌림으로 매료시키는 힘이 베네치아 회화에 있다. 흔히 회화적, 감각적이라고 표현하는 베네치아 미술은 그저 특정 지역의 주된 미술 경향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할... Continue Reading →
반이정의 「한국 동시대 미술 1998 – 2009(2018)」
반이정의 「한국 동시대 미술 1998 - 2009」는 트렌디한 기획의 산물이다. 일단 작고, 가볍고, 예쁘다. 또한 명료한 소제목으로 구성된 짧막한 글단위들은 '만성적 긴 글 알러지'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친절한 배려이다.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기획안을 접했을때, 연도별로 주제를 뽑아내는 구성에 대해 우려를 감출 길 없었다. 한 개 연도가 한 개 주제로 축약될 수...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