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사상사의 칼날 같은 명언들

여러 책과 전시장에서 숱한 명언들을 보아 왔다. 명언은 단 한 문장으로 폐부에 파고드는 진리를 배달하는 것이다. 지식의 망망대해에서 안전하게 진리의 등대를 찾아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한 줄기 빛이다. 그렇게 심금을 울렸던 명언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출처와 시기까지 완벽하게 정리한다면, 나아가 대가들의 1차 자료에서 직접 발췌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내게 그 정도의 시간과 열정은 없는 것 같다. 어떤... Continue Reading →

로런스 블록의 「빛 혹은 그림자: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2017)」

S유통사의 CF와 <빈방의 빛>으로 촉발된 에드워드 호퍼 열풍이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소설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마치 연극처럼 어떤 이야기들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전에도 언급한 바 있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상으로 풀어낸 것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빛 혹은 그림자>는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로런스 블록(Lawrence... Continue Reading →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 「추의 역사」

읽고 싶은 책이라기 보다는 갖고 싶은 책이다.  어마어마한 무게감과 두께, 그리고 그것을 압도하는 저자명의 가치가 최상의 지적 사치를 보장할 것만 같다. 이것을 서고에 장식해 두면 서재에 방문하는 누구에게라도 미와 추에 관한 인류 지성사의 위대한 발견들에 오롯이 동참했음을 당당하게 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미학자, 기호학자, 사상가, 수집가(?)이며, 취미 겸 알바로 소설을 쓰는 움베르토... Continue Reading →

우도 쿨터만의 「미술사의 역사(2002)」

일단 매우 귀한 책이다. 현재 이 책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태이며, 만약 기필코 손에 넣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정가의 2~5배는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훔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서 제본 또는 복사를 하는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질구질한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참고로 절판된 책을 대출하여 개인 참고목적으로 제본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 사실도... Continue Reading →

앙드레 리샤르의 「미술비평의 역사(2000)」

2000년에 국내에 출판된 <미술비평의 역사: 미술을 읽는 다섯 가지 방법>은 이미 절판된지 오래된 책이다. 절판된 책을 중고로 샀는데, 그 책의 외관 상태가 의외로 새 것 처럼 매우 좋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이란, 마치 최후의 성배를 발견한 인디아나 존스의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만족감을 느꼈다. 미술비평이란 무엇인지, 어떠한 흐름으로 미술 자체의 역사와 연계되면서 발전해 왔는지 매우... Continue Reading →

E. H.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 회화적 표현의 심리학적 연구(1989)」

미술사의 관문에 피해 갈 수 없이 우뚝 서 있는 곰브리치 선생님의 명저 중에서도 손꼽히는 책이다. 실제로도 <미술사를 만든 책들> 16권 중 하나로 당당히 선정되어 있는 책이다(물론 여기에 선정되었다는 것이 명저임을 공식 인증 받은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려운 편이다. 미셸 푸코를 난이도 10으로 놓고 봤을 때, 7정도는 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서술방식이나 관념적 내용에서... Continue Reading →

G. F. Young의 「메디치(The Medici)」

미술사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 꼭 메디치 가문의 역사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술사의 위대한 변곡점마다 등장하는 그 이름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궁금했다. G. F. Young 이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100년 전에 쓴 이 책을 통해 그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그 가문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예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넉넉한 후원을 빼놓을 수... Continue Reading →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미 고전이 된 진중권의 저술이다. 무엇이 고전을 만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저자가 어렵고 막연한 관념의 세계를 다수의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도록 노력했던 점일 것이다. '미학'이라는 철학의 물줄기 하나를 끄집어 내어 관념의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계보를 보여주고, 실질적인 작품의 사례 속에서 납득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은 응당 존중받을만 하다. 이 책과 관련한... Continue Reading →

미술사 공부의 궤적: 어떤 책을 읽었나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관련 도서들을 읽기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애초에 거시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던만큼, '공부'라는 거창한 단어로 그 과정을 미화하는 것 조차 과분해 보인다. 그저 한 권의 책을 읽고, 거기서 느껴지는 지적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한 권을 읽고, 또 다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책을 찾아 나섰던 나선구조일 뿐이었다. 그... Continue Reading →

‘미술사 방법론’ 입문서들에 대한 소론

'미술을 알고 싶은 욕망'은 '미술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욕망'과 맞닿아 있다. 곰브리치 선생님은 이처럼 파편적인 지식들로 미술에 대하여 아는 척하면서 정작 아름다움의 정수로 들어가지 못하는 태도에 대하여 경계한 바 있지만, 만약 이 세상에 나만 항체를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서 모든 사람이 죽고 나만 살아 남아 있다면 나는 미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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