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샤이너의 「예술의 발명」

Larry E. Shiner, The Invention of Art 오늘의 눈으로 어제의 작품을 논하지 말라 “발전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급진적 분열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52p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입구에서부터 출구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선형적 연표를 따라 배치된다. 구석기 시대의 조악한 토기에서 출발해 급진적인 퍼포먼스 영상으로 마무리되는 그 여정은 인류가 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여명기로부터 오늘날 눈알이... Continue Reading →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The Naked Nude」

지난 9월에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짧은 기간 레이덴과 암스테르담만 찍고 왔다. 가계 사정상 최대한 소비를 억제하려 했으나, 책방에서 예기치 못한 출혈이 있었다. 다녀본 대다수 서점이 신간과 중고책을 함께 다루는 구조였다. 신간 코너의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에도 물론 눈이 돌아갔지만, 중고책 중에도 숨겨진 보석이 많았다. 어디서 이런 책을 다 모아 놨을까. 심지어 안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보고서까지 ‘한글판 원서’로... Continue Reading →

[팩션] 제1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

(주의: 이 작품에는 진실과 허구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음. 진실을 밝히려는 당신의 노력이 어떠한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본 저자에게는 일체의 책임이 없음을 밝혀둠) 사회: 숙녀신사 여러분, 책과 예술을 사랑하시는 이 땅의 모든 교양인 여러분,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광스러운 이번 제1회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권반려입니다. 여러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Continue Reading →

캐서린 헤일스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사이버네틱스와 문학, 정보 과학의 신체들」

N. Katherine Hayles,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가상성의 유토피아에 속지 말자 얼마 전 이런 유머 게시물을 봤다. 누군가 한 시간 동안 숨이 찰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수행했는데, 그동안 애플워치를 차고 있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 운동을 할 때는 몰입했고, 즐거웠지만, 기록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디지털 매체에... Continue Reading →

프리즈 서울 (Frieze Seoul 2023, 코엑스)

그 유명하다는 프리즈 서울에 가봤다. 온갖 작품들의 홍수를 헤엄칠 수 있어서 좋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입장료 8만 원은 좀 심했다. 입장권도 팔고, 작품도 팔고, 커피와 도넛도 판다. 작품도 많이 팔렸겠지만, 안 팔리더라도 크게 밑질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아트페어를 찾아서 가는 편은 아니다. 작품들이 맥락 없이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이라 산만하고 피곤하다. 맥락이 없으니 요점과 맹점을 짚어내는... Continue Reading →

삼청나잇 (키아프 & 프리즈 연계행사, 23.9.7.)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삼청동 갤러리들의 특별한 야간 개장 행사에 가봤다. 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과 DJ파티(LEVITATION Party)가 열리는 PKM갤러리가 가장 핫할 것 같아서 먼저 가봤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팔찌를 채워준다. 키아프/프리즈 VIP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해 우리는 못 들어갔다. 아쉬웠다. 다른 곳을 다 둘러보고 밤늦게 다시 돌아와 그 앞을 지나가는데, 비트는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Continue Reading →

알렉사 라이트의 「괴물성: 시각 문화에서의 인간 괴물」

Alexa Wright, Monstrosity: The Human Monster in Visual Culture “괴물성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나타낼 필요성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개념이다.” 130p 눈에 보인다면 증거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괴물을 묘사했나? 기이한 형체, 압도적인 힘, 오감으로 전해지는 불쾌함, 기묘한 혼종성, 위협적 존재감 등으로 버무려져 실존적 공포로 다가오는 존재가 괴물이라면, 인간이 괴물을 묘사하지 않은 시절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Continue Reading →

스탕달의 「파르므의 수도원」

Marie-Henri Beyle (Stendhal), La Chartreuse de Parme 수도원에 갇힌 가능성 헌책방에서 작은 양장 소설 1, 2부가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저절로 손이 갔다. 「파르므의 수도원」이라길래 비밀스러운 공간을 둘러싼 사랑과 음모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 수도원은 작품 내내 등장하지도 않는다. 수도원은 주인공 파브리스 델 동고가 질곡의 세월을 모두 보내고 스스로 유배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는 곳이다.... Continue Reading →

KBS 전국노래자랑 진천군편, 예심

레거시 미디어의 종말이 가까웠지만, 공영방송 KBS의 위상과 ‘전국노래자랑’의 브랜드 가치는 건재하다. 전국노래자랑의 시계는 최첨단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애써 거스르며 여전히 일요일 정오를 지배하고 있다. 이 왕좌가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모른다. 최근 회차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불안불안하다.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유튜브로 ‘맞춤형’ 트로트 영상을 보는 시대다.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나도 한 번쯤은 탑승해... Continue Reading →

은유의 「쓰기의 말들」

순천역 부근의 어느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주르륵 훑어보자마자 저자와 나의 공통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나도 문장수집가다(11p). 태산 같은 통찰과 사유를 끌어낼 수 있는 단 한 문장의 힘을 알기에, 여기저기서 집착적으로 모아왔고, 이 개인적 공간에도 공개해 두었다. 이 홈페이지 유입의 일등공신이다. 방문자들이 여기서 퍼간 문장들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지만, 그저 도움이 됐기를 바랄... Continue Reading →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만들기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