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La La Land)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판 ‘오페라의 유령’을 본 이후로 뮤지컬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시대를 막론하고 닥치는대로 찾아보고 뮤지컬영화 전문 블로그도 운영했을 정도로… 사실 뮤지컬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뮤지컬도 좋고 영화도 좋은데 뮤지컬영화라니! 90년대 이전 출생자라면 누구나 코흘리개 시절에 TV에서 가끔 틀어주던 50~60년대 고전영화를 보며 ‘와… 미국 사람들은 원래 저렇게 노래로 말하나?’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물랑루즈 이후로 한 동안은 뮤지컬영화의 황금기가 부활한 것 같았다. 드림걸즈, 헤어스프레이, 하이스쿨뮤지컬, 시카고, 프로듀서스, 맘마미아, 렌트, 나인, 스위니토드 등 오리지널 뮤지컬영화와 영화화된 뮤지컬이 쉬지 않고 개봉하여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가성비’ 높은 문화예술 생활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런데 2010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뮤지컬영화가 없었다. 음.. 레미제라블, 숲속으로 정도? ‘원스’류의 음악 영화는 간간히 나왔지만 진짜 노래로 대화를 나누는 뮤지컬영화는 없었다. 그래서 라라랜드 개봉 소식에 오랜만에 설레임을 느꼈다.

따지고 보니 물랑루즈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주류 영화계에 등장한 오리지널 뮤지컬영화였다. 그동안 오리지널 뮤지컬영화가 등장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만큼 일반적인 영화에 비하여 많은 노력과 위험이 수반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 뮤지컬이 있다면 노래와 스토리가 정해져 있으니 영화화에만 전념하면 되지만, 오리지널 뮤지컬영화는 노래 만들어야지, 녹음해야지, 기본기 갖춘 배우들 캐스팅해서 연습시켜야지, 동선짜야지, 모든 것이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다. 게다가 장르적으로는 여전히 진입장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고려해서도 쉽게 덤벼들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 50년대는 아니니까.

라라랜드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가 등장하기 이전, 찬란했던 재즈와 뮤지컬의 시대에 아낌없는 헌사를 보내고 있다. 감독? 제작자? 작가?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강렬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타이틀의 글씨체와 용법, 아메리칸 트레디셔널풍의 재즈, 주인공의 자동차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또 노골적인 정통 재즈에 대한 찬사와 사실주의적인 텍스쳐 속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주인공들이 50년대 뮤지컬영화의 공식들을 답습하고 있었다. 후반부 상상씬에 등장하는 영화 세트장 묘사는 흑백영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연상케한다. 모든 영화가 뮤지컬영화였던 그 시절, 분명 어느 영화에선가 본 듯한 장면들을 새로운 총천연색으로 끄집어 내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아마 나는 ‘더 뮤지컬스러운’ 뮤지컬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은 매우 현대적이고 현실적이어서 그들의 비주얼만큼이나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하지는 않는다. 일상 속에 양념처럼 잔잔하게 녹아드는 춤과 음악은 스펙터클과 풀세션 오케스트라에 익숙한 나의 눈과 귀에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노래 수는 부족했고, 같은 재즈풍 뮤지컬이라도 좀 더 쫀쫀하고 빵빵한 빅밴드 재즈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빈약하게 느껴졌다. 뮤지컬에 거리감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아주 좋은 맛보기가 될태지만, 뮤지컬 특유의 풍성함과 왁자지껄함을 기대하는 나 같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실망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뮤지컬영화는 노래를 좀 더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 했으면 좋겠다… 짧막하게 등장하는 존 레전드 형님의 노래 한 곡에 어찌나 귀가 뻥뚫리던지…

하지만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뮤지컬영화 부재의 시대에 이 정도 섬세한 터치의 영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다음 뮤지컬영화는 ‘위키드’가 될 것 같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

내가 취향의 이유로 악평(?)했던 이 영화가 그 악평이 무색할 정도로 평단과 관객의 엄청난 호평 속에 순항하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74회 골든디스크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역대 최다 수상이라니!!! 뮤지컬 시대에 대한 그들의 향수가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 다른건 몰라도… 남녀주연상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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