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 콘서트(Metallica WorldWired Tour 2017) with 베비메탈

2017년 첫번째 콘서트였던 메탈리카 내한 공연은 나의 문화예술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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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메탈리카라는, 메탈 장르와 동의어와도 같은 존재인 이 전설적인 밴드가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 있다. 아무리 ‘때려 부수는’ 음악이라도 그 안에서 명확한 기승전결의 구조와 멜랑꼴리한 감성을 기대하는 나에게 있어서 메탈리카의 음악은 너무 강하다. 어쩌면 ‘메탈’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밴드 중에 나의 취향에 맞았던 유일한 밴드는 린킨파크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때부터 종종 메탈리카를 듣기는 했다. 늘 그렇듯 전설에 대한 예우로…. 물론 몇몇 곡은 아주 좋았다. 그 곡들은 이 밴드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One, Unforgiven, Nothing Else Matters 와 같은 소프트한 노래들이었지만…

그런 인연이 있었기에 2017년 첫번째 대형 내한공연 라인업으로 메탈리카가 확정되었을때, 주저하지 않고 점심시간을 반납한채 티케팅에 도전했다. 공연장이 고척돔이라는 점도 예매를 결정하게 한 요인이었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말로만 듣던 ‘돔 구장에서의 락 공연’에 대한 로망이 작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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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노래를 예습복습 했으나, 이번 공연 관람은 절대 성공적이지 못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첫째로, 체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대기시간을 포함해서 공연 끝날때까지 거의 7~8시간을 서있었던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이었고 정말 고대했던 순간이라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서 육체의 고단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하지만 메탈리카와 감정적으로 깊게 공감하는 것이 어려웠던 나는 육체의 고단함에 고스란히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동안 내가 다녔던 라이브 무대는 Ed Sheeran, Starsailor, 밴폴즈 수준….. 그들의 스탠딩석에서 만난 팬들은 메탈마니아들과 엄연히 다른 존재들이다. 그들은 스타를 조금더 앞에서 보기 위해 밀기는 할 지언정, 의도적으로 어깨빵을 한다거나, 사정없이 발을 밟는다던가 물을 뿌리지는 않았다. 메탈마니아들과 한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힘들 것이라는 것은 각오 했지만 상상 이상이었고, 나의 체력은 금새 바닥나버렸다.

공연의 후유증이 사흘 정도는 이어졌었다.

둘째는, 추위 때문이었다.

정말 추웠다. 하지만 공연장 내는 메탈마니아들의 열정이 내뿜는 스팀으로 가득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와 동행은 차에다가 겉옷을 벗어두고 달랑 얇은 티 한장만 입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예상했던대로 공연장은 열기로 후끈했지만, 주차장에서의 대기시간과 대기장소에서 공연장으로의 이동시간, 공연장에서 차로의 이동시간은 살벌한 추위를 선사했다. 그 때문에 체력고갈이 더욱 가속화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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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자체만 놓고 평하자면, 사운드가 훌륭(빵빵)했고, 전설적인 멤버들의 팀웤도 환상적이었다.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하여 영상효과를 적절히 버무린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공연 시간보다 30분이나 지연되서 올라온 것은 아무리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했다. 아무런 콘텐츠도 없는 상황에서 콩나물 시루처럼 서서 깔아주는 BGM을 흥얼거리는 것 만으로는 한 시간을 버텨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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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에서 의외의 수확은 오프닝을 담당했던 베비메탈이었다.

사실 이번 공연에 앞서 메탈리카보다 베비메탈을 더 많이 예습하고 간 것 같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메탈+아이돌의 조합은 처음의 맹목적인 거부감이 무색할 정도로 묘한 중독성을 선사하였다. 특히 SU-METAL의 보컬은 진정으로 칭찬할만 하다. ‘일본 여성 보컬리스트’라고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청아하고 맑은, 어떠한 색체도 가미할 수 있을 것 같은 순수한 보컬에 힘과 감성도 균형감 있게 배어있다. 결과적으로 그 보이스에 메탈이 입혀질 것이라고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었겠지만, 귀여움을 담당하는 나머지 멤버들과의 합에 의하여 진지함과 키치를 적절히 오가는 전혀 새로운 장르를 성공적으로 개척해냈다. 특히 과거 엑스재팬을 연상케 하는 일본 락 특유의 감성적 멜로디는 나로 하여금 알싸한 추억에 젖게 했으며, 적어도 락에 있어서 만큼은 일본이 얼마나 앞선 성취들을 이루어왔었는지를 다시 상기시켰다. 지금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발자취를 세계 곳곳에 아로새기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그녀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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