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6회째 이어지고 있으며, 그 뿌리는 1995년 ‘올해의 작가 展’ 부터이다. 나름대로 전통과 공신력이 있는 행사이니 현대미술에 대한 공포증도 극복할 겸, 동시대 평단에서 인정 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동향도 알아볼 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이 시작되는 것인가….’ 라는 계절감도 느끼고 싶었다.
전시된 ‘올해의 작가상’ 후보는 4명이며, 써니킴, 백현진, 박경근, 송상희 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써니킴은 유년기의 고국에서 받은 인상들─교복 입은 소녀와 허름한 마을 풍경─과 길을 잃었을 때 마주칠 것 같은 생경한 풍경들을 회화와 설치작업으로 표현했다. 백현진은 실직, 이혼, 자살 등 극단적인 현대사회의 병폐들을 직설적인 예술 언어로 표현한 대형 설치작품을 출품했다(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2017). 박경근은 사이보그화된 군대의 집총 제식동작을 구현하는 복합적 미디어 작품을 통해 군대에서 받은 트라우마를 투영하고, 한국적 집단주의 문화와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디스토피아를 구축했다(거울내장: 환유쇼, 2017). 송상희는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칠 비극적 전쟁/재난/사고의 공포를 상기시키는 대형 벽면 설치작업(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쿵소리 한번 없이 흐느낌으로, 2017)과 비극적 현실에 놓인 인간군상에 대한 담담한 시선을 미디어 삼면화로 병치(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2017)하여 제시하였다.
다양한 기법과 메시지를 포괄하려는 주최측의 의도가 느껴졌으나, 그 의도가 작위적이어서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는 투자와 세심한 구성이 엿보였고,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은 구성으로 공공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도 부합하는 바람직한 전시였다.
내게 한 표가 있다면 써니킴에게 던지고 싶다. 그저 설치와 미디어가 너무 어려워서, 혹은 구상이 아직은 내게 익숙해서 그런 마음이 든 것이라 믿고 싶지는 않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써니킴의 풍경들은 청량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감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색조가 두드러지는 그녀의 풍경들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위태롭지만 꿈결 같은 신비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행사 달력 같은 곳에서 본 것 같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풍경이 캔버스 안의 또 다른 프레임 속에 갇혀 있어서 단순히 자연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주고 있다. 포착된 것이 아닌 창조된 세계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표현한대로 “길을 잃어버렸을때 마주칠 것 같은 풍경”이다. 그래서 ‘액자 속 액자’에 담긴 그녀의 풍경들은 사연을 담고 있는 초현실적인 무대가 되고 있다.
아크릴을 주로 사용하는 그녀의 회화는 통상적인 아크릴화의 선입견을 해체한다. 써니킴의 아크릴화는 드가의 파스텔을 상기시키는 건조한 질감이며, 어지간한 유화보다 더 세밀한 음영과 색조로 발라져있다. 그로 인해 물안개가 눅눅히 내려앉은 신비로운 풍경의 입체감과 공간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표현의 섬세함은 그녀가 추구하는 주제의식, 즉 내밀한 의식 속의 정경들을 효과적으로 표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