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끝내주는 책이다.

너무 황홀한 나머지 표지를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이렇게 과격한 칭찬을 해야 하는 이유는 표지의 디자인 수준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경영 분야의 서적 중에서 이렇게 싸구려 스티커 무늬를 여기저기 찍어 놓은 표지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이런 책을 지하철에서 펼치면 얼굴이 후끈 달아 오르는 것 같다. 실력은 없는데 오로지 성공에만 눈 먼 흙수저가 된 느낌이다.

한국판 부제도 굉장히 부적절한데, 원래의 부제는 「Big Data, New Data, and What the Internet Can Tell Us About Who We Really Are」였다. 이게 사실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 열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구글 트렌드’ 운운하니까 마치 「구글 경영법」, 「구글의 성공방정식」, 「구글 직원의 일하는 법」 기타 등등의 아류 같다. 절대 그런 책이 아니다.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Seth Stephens-Davidowitz)가 구글 트렌드로 연구를 시작했고, 또 그 성과를 통해 현재 구글에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부제에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책은 구글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고 훨씬 큰 범주에서 의료, 생명, 교육, 경제, 경영, 심리 등 온갖 종류의 빅데이터 연구들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트렌드가 들어간 부제는 독자들이 이 무궁한 가능성과 만나는 것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어쨋거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구글 트렌드하면 떠오르는 분이 한 분 있다. 2011년, 예나 지금이나 희망없는 우리 정치판에 혜성 같이 등장한 안철수다. 그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등에 엎고 현실정치에 뛰어 들어 두 차례의 서울시장 선거와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정치경력의 시작부터 ‘세상(국민)이 나를 원해서 드디어 내가 왔다’는 일종의 구세주論을 전면에 내세우며 짧은 기간 동안 한국 정치사에 선명한 궤적을 새겨 놓았다. 하지만 그의 본질이었던 신선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의미한 실체로 전환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정치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서 가장 많이 언급했던 키워드가 ‘구글/네이버 트렌드’였다. 비록 여론조사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빅데이터 기반의 트렌드 분석에서 자신이 압승을 거두고 있으며, 그러한 빅데이터 기반 트렌드 예측이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여론의 대세가 자신에게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읽고 나면, 그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강력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진영뿐만아니라 상대편 진영을 자주 들락거린다는 사실도 간과했음이 드러난다. 구글 트렌드 분석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키워드가 어떠한 감정과 입장들에 인접해 있는지를 파악했어야 한다. 그의 선거캠프는 그렇게 하지 않고 단순한 정량적 결과값을 자기편의에 따라 해석했다. ‘안철수가 오늘은 무슨 뻘짓을 했을까’, ‘안철수에게 어떤 악플을 달아야 많은 따봉을 받을 수 있을까’, ‘디씨인사이드 안철수 갤러리에서 관심(어그로)을 끌 수 있을 만한 괴상한 사진이 혹시 찍히지 않았나’ 등의 기대를 품고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는 엄청난 수의 네티즌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 거대 포르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매체들이 엄청나게 축적해 놓은 데이터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깨닫게 해준다. 우리는 사소한 고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인들에게 털어 놓지만, 정작 깊은 고민과 내밀한 욕망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거나 거짓말로 대충 둘러댄다. 어쩌면 인간의 본질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떠한 답변을 내놓았는지보다 어떠한 질문을 던졌는지 주목해야 한다. 구글은 그러한 솔직한 질문들을 쌓아 놓은 무한한 창고와 같다. 거기에는 성적 취향, 자기 성기에 대한 불안, 특정 인종에 대한 경멸, 폭력과 자살에 대한 징후 등 온갖 종류의 이드(Id)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저 편견 없이 그것을 캐내어 정제하고 읽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원인이 되는 현대사회의 대다수 문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첫걸음을 때는 것이다.

“세상의 문제에 관한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그것을 고치는 방향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부제는 영 마음에 안들지만, 어느 정도는 진실하다. 이 책에는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통해 밝혀낸 동성애자 비율, ‘성전환자’에서 ‘할머니’를 아우르는 폭넓은 성적 취향, 근친상간에 대한 보편적 열망의 수준은 누구에게라도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어쩌면 이 사회는 ‘욕망 숨기기’라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고도의 권력 도구들을 발전시킨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이다. 이러한 생각조차 인과관계의 오류일지 모른다. ‘문명’이라는 제도를 벗어 버리면 오히려 내재된 욕망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기에, 오늘도 우리는 실업률과 포르노 사이트 접속률이 정확히 비례하는 현대사회를 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바마는 흑인 이민자의 후손도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가 당선된 직후 백인 국수주의자 사이트는 평소 보다 열 배 많은 검색과 가입을 기록했다. ‘오바마’ 검색어 100개 중 하나는 ‘kkk’나 ‘nigger’를 포함한다. ‘nigger’ 검색이 많은 지역에서 오바마 득표율은 존 케리에 미치지 못한다. 이 검색어는 마틴 루터 킹 기념일에 평균 30% 가량 증가한다. 또한 인종차별적 검색률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 지도는 거의 일치한다. 한편, 이슬람교도에 대한 연관검색어 순위는 ‘사악한’, ‘테러리스트’, ‘나쁜’, ‘폭력적인’, ‘위험한’ 순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을까?

어쩌면 차별과 폭력은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곳적부터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사냥을 해야 했고, 가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먼저 인접 부족의 가족을 노예로 삼았다. 다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조용한 침실에서, 그리고 키보드 앞에서 어떤 인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카데미와 깐느는 수 년째 ‘정치적 올바름’의 승리를 자축하며 샴페인을 들고 있지만, 그 잔을 내려 놓고 집으로 돌아와 넷플릭스를 켜면 어떤 작품이 추천될까? 그 답은 알고리즘과 당사자만이 안다. 하물며 폰 허브(Porn Herb) 검색창에 어떤 검색어를 조합할지 누가 알겠는가.

“알고리즘은 당신보다 당신에 관해 더 잘 알고 있다”

그자비에 아마트리아인

차별과 폭력은 당연한 것이니 마구잡이로 재생산하자 말이 아니다. 먼저, 우리는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가 가슴 속에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어떠한 욕망도 품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덩어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널리 알리고 학습시켜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그런 덩어리가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할 수 없다고 소리치면서 모두에게 ‘저는 없어요’라는 자백을 강요하는 일이다.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은 마음이 편해지겠지만 억눌린 덩어리는 결국 시간이 흘러 괴물로 탈바꿈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덩어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회가 성숙해진다면, 그때는 예술과 콘텐츠에 가해지는 ‘정치적 올바름’의 재판을 유보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올바름의 강박을 버리지 못하고 수많은 미적 가능성들을 매몰시키고 있는 까닭은 그 작품들이 우리의 덩어리들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표현된 자신의 덩어리들을 인정하기 두렵고, 또 그 덩어리가 타자에게 전이되어 내게 돌아올까봐 두려운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덩어리를 순수하게 인정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살고 있다면 텍스트에서 드러난 표면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당신의 구글 검색을 타인의 소셜미디어 포스팅과 비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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