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제1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

(주의: 이 작품에는 진실과 허구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음. 진실을 밝히려는 당신의 노력이 어떠한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본 저자에게는 일체의 책임이 없음을 밝혀둠)

사회:

숙녀신사 여러분, 책과 예술을 사랑하시는 이 땅의 모든 교양인 여러분,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광스러운 이번 제1회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권반려입니다. 여러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사, 청중 박수)

건전한 원고거절 문화 촉진을 위하여 한국방구석작가지망생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이번 시상식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부득이한 사정상 이렇게 지면으로 가상 시상식을 거행합니다만,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으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상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건전한 원고거절 문화의 확산을 염원하시는 출판인 및 예비 출판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자, 제1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영예의 대상이 어느 출판사에 돌아가게 될지,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이 벌써부터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저희 시상식이 올해 처음이다 보니, 도대체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은 어떤 시상식인지, 취지는 무엇이고, 선정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실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하시죠?

(잠깐 뜸 들이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이번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의 심사위원장님을 모시고 대회 취지와 선정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사위원장이신, 한국방구석작가지망생연합회 총회장을 맡고 계신 김주일 선생님을 무대로 모셔보겠습니다. (지목하며) 김주일 회장님, 나와주실 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김주일 회장 연단으로)

사회:

네, 반갑습니다. 회장님, 우선 참석자 여러분들게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주일:

안녕하십니까, 한국방구석작가지망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주일입니다. 오늘 이렇게 많이들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사회:

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사항들 좀 여쭤보겠습니다. 이번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어떤 시상식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주일:

네, 오늘도 전국의 많은 방구석작가지망생들이 낮이고 밤이고 끝없이 원고와 씨름하면서 하루하루 작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출판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자비 출판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래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꿈은 역시 자기 원고와 결이 맞는 견실한 출판사를 만나 정식으로 출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겠죠. 작가를 향한 그런 꿈들이 모이고 모여 오늘도 출판사에는 수십, 수백 통의 원고가 접수되고 있을 겁니다.

이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은 만큼, 함량 미달의 원고도 많겠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원고들이 여전히 많이 있을 겁니다. 그 원고들은 출판의 그 날만을 기다리며 각자의 서류철에 꽂혀 잠을 자고 있겠죠. 많은 독서인, 출판인 여러분께서 다 아시다시피, 출판사에 접수되는 그 많은 원고 중에서 실제로 계약에 이르는 원고는 1%도 안 됩니다. 반려된 원고의 90%는 분명 어딘가 부족함이 있겠죠. 그래도 그중 나머지 10% 정도는 조금만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되는 원석 같은 원고가 아닐까요? 우리는 그런 기대를 가져볼 수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모를 일이죠. 그 원고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걸 읽을 수 없으니까요.

결국, 대부분의 독자는 채택된 원고들의 세계, 승자들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거절된 원고들은, 그것들이 어느 순간의 우연과 필연을 거쳐 채택으로 역전되는 기적을 마주하지 않는 한, 영원히 알 수 없는 암흑의 세계에 놓여 있다는 겁니다.

이번 시상식은 그런 거절된 원고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은 계기 하나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거절된 원고는 어떠한 사유로 거절될까요? 어떤 부연설명이 거절이라는 운명에 들러붙게 될까요? 그 부연설명은 암흑의 세계에 갇힌 거절된 원고를 저 밝은 서점과 도서관으로 끄집어내는 힌트가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오늘도 수없이 거절되는 작가 지망생들이 품고 있을 영원한 의문 하나를 되새겨 봅시다. 그 거절된 원고는 정말 제대로 읽히기는 한 걸까요? 이 궁극적 호기심은 아마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출판사와 작가 지망생 사이에는 요단강보다 더 큰 폭의 차이, 그러니까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여러분, 투고된 원고가 어떠한 이유로 거절되었는지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출판사들이 거절하는 원고에 대해 회신을 하기는 하는지, 회신을 한다면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건 단순한 관음증이 아닙니다. 무수한 작가 지망생들이 무수한 원고에 들인 그 측량할 수 없는 피와 땀에 대한 최소한의 온당한 피드백이란 무엇일까를 한번 생각해 보자는 거죠. 그러니까 그 거절의 문장들을 돌이켜 보면서 줄 세워볼 수 있다는 것은 작가 지망생이 자기가 처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소심한 일침을 가하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소심한 역공인 겁니다.

(청중에서 약간의 박수 소리)

사회:

네, 김주일 회장님께서 열정적으로 이번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의 취지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분명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네요? 그렇죠? 하하하 (청중 웃음)

자, 그럼 회장님, 이번 시상식의 영광의 주인공들은 어떤 절차로 선정이 된 건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주일:

제가 쓴 원고가 하나 있습니다. 「미술책 읽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그간 제가 미술 분야의 여러 책을 읽고, 거기서 떠오른 생각들을 꾹꾹 눌러 담은 책입니다. 맨날 가벼운 대중서, 미술 감상 에세이, 미술사 입문서 같은 것만 읽지 말고,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한층 더 심화되어 들어가는 책을 읽고, 나아가 삶에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사유를 해보자는 취지로 쓴 겁니다. 아예 처음부터 새로 쓴 것은 아니고 거의 6년 이상 미술사, 비평, 이론, 큐레이팅 등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서평들을 써서 홈페이지에 모아왔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80편 정도 되다 보니 이걸 주제별 맥락별로 다시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거죠. 그동안 대중서 중심의 미술책 관련 도서가 두 권 정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대중서와 학술서를 망라해서 본격적인 서평집을 쓴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죠.

이 원고를 10월 초에 일차적으로 출판사들에 발송했고, 10월 중순 이후로도 이차적으로 발송했습니다. 미술 서적 전문 출판사를 주요 타겟으로 했고, 미술 관련 도서를 출판한 사례가 있는 인문교양 출판사나 종합적인 대형 출판사들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이 보냈습니다. 총 55개 출판사에 보냈고, 그중에서 15개 출판사가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나머지 40개 출판사는 답이 없는데, 대부분의 출판사는 거절 원고에 대해 특별히 답을 안 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절된 상태라고 봐야겠죠.

결과적으로 제 손에 쥔 거절 회신이 총 15개인 겁니다. 이걸 가만히 보다 보니 출판사마다, 혹은 편집자마다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재미있더라고요. 대부분 출판사는 그냥 고정된 멘트를 쓰는 것 같지만, 어떤 편집자들은 정말 진심을 담아 공감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안타까움도 표현해 주면서 거절하더라고요.

어차피 거절돼서 기분 좋을 사람이란 없겠죠? 그래도 같은 거절이라도 ‘거절의 질’이라는 게 있다는 겁니다. 거절의 세계가 있다고 해봅시다. 한쪽에는 이유가 있는 거절,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거절, 그 이유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가 있는 거절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유가 없거나, 있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거절이 있습니다. 결과는 똑같은 거절이지만 거절의 질이 엄연히 다른데, 그 거절들을 동등한 선상에 놓고 ‘15개의 거절’이라고 퉁쳐서는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평가를 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제 원고가 55개 출판사에서 평가를 받았듯, 저도 그중에서 최소한 저에게 회신한 15개 출판사만이라도 평가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거죠.

일종의 상호교차 평가 방식인데, 어차피 요즘 대학교 강의평가도 그렇고 직장 내 인사 평가도 그렇고 현대사회 어느 조직을 가든 이런 상호교차 평가가 대세 아닙니까? 투고원고에 대한 평가 권력은 출판사가 갖고 있고, 이 권력의 구조는 출판 시장 환경이 아무리 변하고 있다고 한들 당분간 계속 유지되겠지만, 원고거절에 대한 평가 권력은 우리 작가 지망생들이 뺏어올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이 시대 출판문화 권력의 아주아주 작은 한 귀퉁이쯤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다소 전복적 마음으로 평가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말이 또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어떠한 기준으로 거절을 평가하게 된 건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총 세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충실성입니다. 원고를 얼마나 충실하게 검토했는지에 대한 기준입니다. 솔직히 거절의 메시지 잘 쓴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진짜 상을 주게 되었습니다만, (살짝 혼자 웃음) 어쨌든 충실하게 잘 쓸 필요가 없는 것을 잘 써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아마 글 쓰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겁니다. 원고를 거절하기는 하지만, 나는 너의 원고를 다 꼼꼼히 읽었고, 이런 점은 좋았으나, 이런 점이 좀 걸렸다, 라고 거절의 메시지를 써준다면, 그 편집자는 정말 내 원고를 꼼꼼하게 잘 읽어주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무조건 길게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짧게 쓰더라도, 꼼꼼하게 읽고 거절해 준 편집자의 글은 그 검토의 충실성이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는 대안성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은 하지만, 어떤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좋아질 것 같다든지, 여기 말고 다른 어디 투고하면 어떻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하는 거죠. 물론 이렇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편집자의 의무가 아닙니다만, 똑같은 거절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대안의 모색이 있으면 더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있겠죠? 그 점에서 대안성을 봤습니다.

셋째는 공감성입니다. 기계적으로 자, 거절, 다음 원고 들어오세요, 이런 식이 아니라, 아, 거절은 하지만 아쉽게 됐다,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일어서십시오, 이런 공감의 언어가 들어 있는지를 봤습니다. 그 공감이 진심 어린 공감인지, 그냥 관습적 공감인지까지는 솔직히 우리가 알 수 없죠. 그래도 누군가의 좌절감에 공감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는 편집자와 없는 편집자 사이의 차이는 인정해 주고 싶었습니다. 꼭 뭐 사과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연히 거절할 권리가 있는 거고, 정말 거절할 수밖에 없는 형편 없는 원고도 많을 테니까요. 그래도 원고가 최소한의 격을 갖췄다면, 거기 들였을 노고에 최소한의 공감으로 맞대응할 필요는 있겠죠. 글을 쓰고,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사이의 동업자 정신이 있다면 말이죠.

이 세 가지 기준에 의해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작가, 작가 지망생, 출판인으로 구성된 300명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했고, 15편의 주옥같은 거절의 메시지 중에서 옥석을 가렸습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에 각 한 편씩, 장려상 두 편, 그리고 특별상 한 편까지 총 여섯 편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아쉽게도 9편은 수상작에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첫 시상식이고, 다음에 좋은 거절의 메시지로 돌아오라는 취지에서 이 9편도 입선으로는 분류했습니다. 대체로 어느 원고에나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출판사들인데, 다음에는 더 영양가 있는 거절로 다시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취지에서 입선을 드렸습니다. (청중 살짝 웃음)

아, 그런데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는데요, 이 입선작들이 기계적으로 멘트를 보냈다고 해서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래도 뭐라도 응답을 해준 출판사가 묵묵부답인 출판사보다는 훨씬 낫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입선을 좀 가볍게 말씀드리기는 했습니다만, 입선 출판사들은 정말 좋은 회사들입니다. 뭐라도 답을 해서 불확실성을 없애준 거니까요. 작가 지망생이 됐든, 취준생이 됐든, 뭐 하다못해 짝사랑에 빠져 구애하는 사람이 됐든, 확실한 거절이 희망고문보다는 훨씬 나은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입선하신 출판사들에도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

네, 김주일 회장님께서 시상식의 진행 과정과 수상작 선정 기준까지 아주 일목요연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제 멘트 시간까지 거의 다 사용해 주셨는데요, 오늘 행사비는 제가 좀 깎아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청중 웃음) 오늘 시상식은 충실성, 대안성, 공감성,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셨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다른 선정 절차에 대해서는 모두 이해가 됐습니다만, 특별상이 좀 독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부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주일:

아, 네, 특별상은 사실 저희가 처음 이 시상식을 기획할 때는 염두하지 않았던 부문입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이 거절 메시지는 좀 특별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을 주고 싶지는 않은데, 다른 입선작들과는 확연한 구분을 좀 줘야겠다는 거죠.

이 거절이 왜 특이했냐면, 이 출판사가 거절하면서 우리 출판사는 이런 원고 안 낸다, 우리 출판 목록을 좀 보면서 제대로 알고 투고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고 완곡하게 훈계를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 출판사에 투고한 것도 그냥 무작위로 막 던진 게 아니고, 이 출판사 출판 목록에 엄연히 예술 카테고리가 있고, 미적인 사유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교양서들을 냈던 전적이 있어서 투고를 했던거거든요. 그런데 마치 너는 전혀 주소를 잘못 짚었어, 라고 훈계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서 좀 당혹스러웠던 거죠. 마치 여기저기 무작위로 막 던진 사람 취급을 당한 거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 출판사는 어떻게든 특별한 상을 줘서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의 장중한 역사에 아로새겨 줄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청중 웃음) 특별상 부제를 ‘초점을 잃은 훈계상’이라고 달아 봤는데 지금 생각해도 적절하지 않았나, 라고 자평을 하고 있습니다. (청중 살짝 웃음)

사회:

네,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까 특별상 시상의 의미가 한결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자, 여기까지 시상식의 취지와 선정 절차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김주일 회장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네, 이제 회장님은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주일 회장 좌석으로)

자, 제1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출판사에 투고된 원고가 어떻게 거절되었는지 평가해보는 이번 뜻깊은 시상식의 본격적인 시상 순서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장려상 두 편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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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 채륜

작가님, 안녕하세요? 채륜입니다!

우선 저희 출판사에 소중한 원고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만큼의 글감을 차곡차곡 쌓기까지 정말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거치셨을 텐데요.

작가님의 시간과 열정으로 빚어낸 귀한 글 묶음을 선뜻 맡겨 주시다니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풍부한 경험, 깊은 생각, 여기에 성실함을 겸비해야 해낼 수 있는 어려운 일임을 잘 알기에

허투루 넘기는 부분이 없도록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역시나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좋은 원고였습니다.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성의와 격려에

저희 모두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아쉽게도 본사가 생각하는 차별화된 가치와 시장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반려의 뜻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폐사의 주관적 판단이므로,

이 원고가 다른 출판사와 인연을 맺어

좋은 책으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들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보여주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채륜 드림.

2. 최우수상: 창비

김주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창비 인문교양출판부입니다.

먼저 소중한 원고를 저희에게 보여주셔서, 그리고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투고해주신 원고의 검토 의견이 정리되어 메일 드립니다.

보내주신 <미술책 읽는 시간> 원고는 편집부에서 잘 읽고 논의해보았습니다.

예술과 비평은 저희 출판부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두는 주제이고,

미술책 서평집은 흔치 않은 장르인 만큼 기획 자체가 반갑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씀처럼 전공자가 아님에도 미술을 즐기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아마추어 독자들이 있으니,

좋은 딜레땅뜨적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느꼈습니다.

다만, 저희의 출간 방향 및 향후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출간은 어렵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렇게 짧은 말로 의견을 전하게 되어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아쉽지만 원고와 잘 맞는 출판사, 눈 밝은 편집자의 손에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시고 항상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창비 인문교양출판부 드림.

3. 우수상: 마로니에북스

김주일 선생님께

김주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로니에북스 편집부입니다.

먼저 귀한 원고를 저희에게 보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원고를 차근차근 살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열의가 느껴지고, 예술+인문학인 콘셉트도 아주 좋았습니다. 글도 좋고요.

언젠가는 이런 책을 편집하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기술하셨듯 해당 원고는 대중서와 학술서의 경계에 있고, 대표원고 11편만 넣는다고 해도 학술에 조금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현재의 마로니에북스에는 대중적인 도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논의 끝에 저희가 출간하기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힘이 있는 글이고, 책이 될 만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쉽고요.

관련 분야 책을 펴내는 다른 출판사에 투고하신다면 긍정의 답변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예술도 좋지만 인문사회 분야 출판사도 알아보세요)

기다려 주셨는데 긍정적인 답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서점에서 멋진 도서로 만날 수 있길 고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26일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드림

4. 장려상(2개사, 무순): 글항아리, 을유문화사

4-1. 글항아리

김주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글항아리 편집부입니다.

정성껏 보내주신 원고와 기획 모두 잘 확인해보았습니다.

미술에 관한 순수한 애정과, 예술과 대중의 연결을 고민하는 치열한 흔적이 잘 엿보이는 글이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저희 출판사가 사회과학이나 역사 쪽 인문교양 서적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출간 대기 중인 도서들 역시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원고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전체적인 방향성 면에서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예술이나 에세이 전문 등, 본 원고와 색이 더 잘 맞는 출판사나 플랫폼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항아리에 투고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아무쪼록 좋은 책으로 출간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2. 을유문화사

김주일 작가님 안녕하세요.

을유문화사 편집부입니다.

보내주신 <미술책 읽는 시간> 원고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회화나 조각이 아닌,

미술책에 관한 도서여서 흥미로웠습니다만

아쉽게도 저희가 출간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술 분야에 좀 더 특화된 출판사에

투고하시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5. 특별상 – “초점을 잃은 훈계상”: 문학과지성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문학과지성사입니다.

원고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만 문학과지성사에서는 현재 해당 분야의 원고를 출간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출간 목록과 방향을 참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문학과지성사 드림

6. 입선(9개사, 무순)

6-1. 북노마드

인사드립니다.

보내주신 기획, 투고 메일, 감사합니다.

하지만 검토 결과, 북노마드에서는 출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독자의 마음으로 다른 곳에서 나올 책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북노마드 대표 드림

6-2. 미술문화

안녕하세요 김주일 선생님.

미술문화 강○○입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원고와 기획안을 꼼꼼히 검토해 보았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번 원고는 출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쪼록 다음에 또 좋은 기회로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평온한 오후 되세요.

감사합니다.

강○○ 드림

6-3. 김영사

안녕하세요, 김주일 선생님.

김영사 편집부입니다.

우선 저희 김영사를 믿고 출간을 제안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편집부에서는 보내주신 원고를 읽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논의했습니다.

검토 결과, 아쉽게도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 출판하기에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6-4. 열린책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열린책들 인문팀 담당자입니다.

보내주신 출간 제안과 원고 등 검토 자료, 모두 잘 받아 보았습니다.

검토 결과, 아쉽게도 원고의 성격이 저희가 발행하는 도서의 분야와 다르고,

또 저희가 장기간의 발행 계획을 세워둔 터라 출간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정성스럽게 출간 제안을 주셨는데 아쉬운 답변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답신이 늦은 점, 너그러이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 잘 돌보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열린책들 인문팀 올림

6-5. 휴머니스트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휴머니스트 편집자 윤○○이라고 합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갖고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원고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 출판사의 기획 방향과 맞지 않는 면이 있어 출간은 어렵겠습니다.

긍정적인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휴머니스트 윤○○ 드림

6-6. 한울

김주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원고에 대해 내부 논의를 마쳤는데,

저희는 판매에 자신이 없어 진행이 어렵겠습니다.

이 원고는 미술 관련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발행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출판사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의 말씀 드리고,

늘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한울

윤○○ 드림

6-7. 생각정원

안녕하세요.

생각정원 출판사입니다.

보내주신 투고 메일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송구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정원과는 출간 방향이 달라 출간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쪼록 좋은 책으로 빛을 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생각정원 올림

6-8. 메이트북스

안녕하십니까 메이트북스 강○○ 기획이사입니다.

저희 출판사에 소중한 출간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원고 관련 내용은 잘 읽었습니다만,

저희 출판사의 현재 내부 여건 상 계약하기는 힘들겠습니다.

아무쪼록 양해 바라며 다시 거듭 감사드립니다.

하시는 일이 모두 다 잘 풀리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아쉬운 말씀을 메일로나마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6-9. 돌베개

선생님, 안녕하세요.

돌베개 편집부입니다.

선생님의 귀한 원고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원고를 저희가 담당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저희보다 더 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출판사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점 송구하게 여기며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다른 출판사와 좋은 인연이 닿길 기원하겠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돌베개 편집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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