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품의 비평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개인적인 감정, 경험, 배경지식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애초에 성립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객관적인 척’ 조차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여주인공인 배우 김세라는 나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마니아로서, 지인이 뮤지컬 배우가 되고,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녀와 나의 친분은, 어쩌면 매일 마주치는 직장동료 보다도 못한 것이겠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존했던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인생의 큰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도전을 눈앞에 둔 시기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나는 그녀가 있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지만, 그녀는 여러 사정에 의해 잠시만 그곳에 머물렀다. 우리가 나눈 대화나 관계의 깊이는 매우 얕았지만 그녀가 뮤지컬계로 진출을 준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나는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냈었다. 그녀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꼭 성공하세요. 그럼 그때 내가 이 사진에 사인 받을게요.”
2년 쯤 지나 그녀가 어엿한 뮤지컬 배우가 되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접했고, 한 걸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무대에서 본 그녀는 내가 알고 지내던 그녀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녀가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그 어떤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과거에 그녀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역할은 내 몫이었다… 그것을 상기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 작품에서 그녀의 밝고 순수한 이미지는 극중 ‘김정연’ 캐릭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고, 주연급 데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냈었다. 경쟁자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나이에, 자신이 전공했던 분야와는 다소 다른 영역에 도전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렸을 땀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나는 아무런 기여 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견(?)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번 <김종욱 찾기>는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대학로, 창작 뮤지컬, 그리고 밝은 이미지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전작과 유사성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연기에서는 전작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하지만 발성, 성량, 천역덕스러운 연기는 확실히 실전 경험 속에서 진보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극중에서 그녀는 캐릭터명이 아닌 본명을 사용하기에 내가 알고 있는 지인으로서 김세라의 특질들이 캐릭터의 특질과 겹쳐질 때 묘한 기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뮬라크르적 순환이라고나 할까…?
공연이 끝나고 나는 한 명의 팬 입장이 되어 포토타임을 갖고 돌아왔다. 다시 생각해 봐도, 뮤지컬 마니아로서 지인 중에 뮤지컬 배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도 그녀가 배우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녀가 보다 폭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오갈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아서 한 차원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그녀에게 4년 전 그 단체사진을 멋쩍게 내 놓으며 사인을 받고 싶다.
살다보면 고렙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 앞에서 같은 분야의 무언가를 드러냈다는 것이 나중에 부끄러움으로 회상 될 때가 가끔은 있는 것같아요.
김종욱 찾기 제친구는 여러번 반복해서 봤다는데 저런 멜로작품에는 발길이 잘 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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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ㅎㅎ 저도 로맨틱코미디류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 그 친구는 특정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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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친구가 블로그에 리뷰쓴 걸 봤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ㅋㅋㅋ
오늘도 날씨가 매우덥네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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